현장 가보고도 ‘親노동 逆說’ 모르나 - 연강흠
2017-12-29

현장 가보고도 ‘親노동 逆說’ 모르나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현대자동차 충칭공장을 방문하고 한 말이다. 충칭공장의 근로자는 울산공장의 근로자보다 9분의 1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고도 1.6배의 생산성을 보이니 한 말이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친(親)노동정책을 가동하는 여당의 핵심 인사가 한 발언이라 주목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남미에 있는 브라질 공장을 비롯해 현대차의 7개 해외 공장 모두 국내 공장보다 노동생산성이 높다. 미국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 근로자는 노동생산성이 국내 공장의 2배로 자동차 1대당 노동시간이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연봉은 국내보다 더 적게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자체가 기적이다.  

자동차산업 발전에 훌륭한 여건을 갖춘 호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더는 자동차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고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 1년간 모든 공장이 폐쇄됐다. 회사는 해외에서 생산하면 그만이지만, 고임금을 외치던 근로자와 구직자에게는 일자리가 없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20년간 해외에서만 공장을 설립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 덕분에 국내 근로자는 가장 낮은 노동생산성으로도 가장 높은 연봉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 국내에서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근본적인 노동개혁이 없는 한 현대차는 국내에서 고비용 구조의 공장과 일자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워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줬으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간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 일색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예산을 많이 쓰는 정책이다. 가계 및 기업이 재정을 부담해 민간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공공일자리는 진정한 일자리가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기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 확대, 비정규직 사용 억제, 성과연봉제 폐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관련 지침 폐기 등 모두 기업에는 ‘고용(雇用)이 고통(苦痛)’이 되는 정책이다. 정부가 알게 모르게 고용 없는 성장을 조장하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경제 활성화는 국내 경제가 이를 수용할 정도로 튼튼해야 가능하다.  

현실은 이렇다. 기업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가능한 한 기존 인력도 자동화 설비로 대체한다. 자금 여력 등 형편이 되면 생산시설을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대책으로 직원 수 30인 미만인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직원이 30명이 넘는 회사는 30명 이내로 줄이고, 30명 이상 고용하려던 회사는 계획을 취소한다. 고용이 많은 업종은 애당초 기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경제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청년과 실직자의 구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모험이다. 그나마 노동개혁 없이는 불안한 여정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노동시장 효율성은 오랫동안 최악이다. 올해도 세계경제포럼(WEF)은 137개국 중 73위라고 발표했다. 국제기구들도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노동개혁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해야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해결되고, 공장이 세워지며,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미래교육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7. 12. 22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1222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