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최저임금 수정안’은 정책 기만이다- 조동근
2018-12-31

‘최저임금 수정안’은 정책 기만이다



정책은 상식에 기반해야 한다. 연봉 5000만 원을 넘게 받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에 저촉된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공권력을 등에 업은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으로 촉발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을 기존의 ‘소정 근로시간’에서 ‘소정 근로시간과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에는 1주에 1회로 정해진 주휴일과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이 포함된다.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가상의 근로시간이 월 최대 69시간 늘어날 수 있다.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자 고용부는 한발 물러섰다. 개정안의 ‘수정안’을 재(再)입법예고하고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키로 한 것이다.

수정안의 핵심은 ‘약정휴일에 해당하는 시간과 임금’을 최저임금 산식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의 수정안은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토요일 4시간을 유급휴일로 약정해 놓은 회사에 월급여 200만 원을 받는 A근로자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의 최저임금 기준시간은 월 226시간이다. 개정안 원안대로라면 A씨의 환산 시급은 8850원이다. 수정안을 적용하면 시급 환산을 위한 월급여액은 약정휴일에 대한 대가 15만450원을 제외한 184만9550원이 된다. 환산 시급은 8850원으로 약정휴일과 해당 임금을 포함했을 때와 같다. 이는 정책 기만이다.

최저임금과 관련된 혼란은 임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임금은 근로자가 기업주에게 청구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기여한 만큼 찾아가는 것이다. 예컨대, 변호사가 로펌을 만들 때 공동경비를 제외하고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구조다. 아무리 최저임금이라 하더라도 노동생산성 이상을 지급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년 동안 29% 인상됐다. 2년 동안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에 충격을 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이달 중순 최저임금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구두선’이 되고 말았다. 보완을 말로만 했지 실제 행동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차관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과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 이를 웅변한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상식에 기초해서 생각되면 그게 답이다. 지난 10월 12일 대법원의 최저임금 판결의 기본 취지를 수용하면 된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근로자가 받는 ‘소정의 임금’을 분자로 ‘소정의 근로시간’을 분모로 놓고 계산하되, 소정의 근로시간에는 주휴수당 등 법 규정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유급처리 된 시간”, 즉 임금은 지급되지만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가상적인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규제를 가하면 규제 회피 노력이 수반된다. 그만큼 현실은 이중으로 왜곡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주 1회 이상 유급 휴일을 주도록 돼 있다. 주 15시간 미만의 단기 알바가 성행하는 이유다.

최저임금 정책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노동자의 취업 기회를 낮춘다. 그 혜택은 귀족노조 조합원에 국한된다. 최저임금발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문화일보 2018. 12.26[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226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