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국민연금 목표는 수익률…정의사회 구현 아냐- 김용하
2019-02-01

국민연금 목표는 수익률…정의사회 구현 아냐



국민연금기금의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6일 개최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결정했고, 23일 수탁자전문위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29일 예정에 없던 수탁자전문위가 긴급 소집됐다. 비공개로 진행돼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23일 회의에서 문제됐던 10%룰을 우회해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지난 23일 수탁자전문위가 열린 날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경제 관련 한 회의 석상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만큼 제도 도입까지는 소신에 따른 행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탁자전문위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동시간대에 있었던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통령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시비를 받을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여부는 분명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기금운용위 역시 산하 수탁자전문위 결정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더욱이 수탁자전문위의 결정이 대통령 발언과 상치된 결과가 나왔다 해서 수탁자전문위를 재소집하는 등 변칙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한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한 남용이 있었는지,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사건이 재판 중이다. 이를 크게 문제 삼았던 현 정권에서 이와 유사한 정치 행태를 데자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영국·캐나다·일본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서 도입한 어떤 국가에서도 이런 식의 정치적 개입 논란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연금기금이 300개 내외의 유수 기업에 대해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전제가 되는 정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동의하는 대목이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은 공연히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긴급 소집된 수탁자전문위에서 어떤 결정이 났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이뤄진 과정에 복지부·국민연금공단이 어떻게 관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23일에 있었던 수탁자전문위의 결정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금융위원회의 10%룰에 따라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돼 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선진 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사회적 책임 투자의 목적은 연기금의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것이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도 국민연금법 제102조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2018년 10조원 상당의 투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이나 한진칼에 투자된 주식이 기금 운용 수익 측면에 도움이 되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정 기업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해 집사(執事) 역할을 넘어 정의사회를 앞장서 구현하려는 기사(騎士)를 자처하는 것은 전 국민의 미래 노후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기금으로서 적절하지 않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출처-매일경제 2019. 1.31[기고]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9&no=6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