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인기 영합적” 측면에서 본 여러 재정조달의 방법들 - 김이석
2016-05-04

“인기 영합적” 측면에서 본 여러 재정조달의 방법들






최근까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두고 일종의 기(氣)싸움을 했다. 정부가 세입예산 이상 지출하고 싶을 때 한은으로 하여금 국채를 인수케 함으로써 한은을 그런 지출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은에 독립성을 부여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식의 정부 지출 증대를 억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가 정치권에서 나온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한은)법의 테두리 내에서 중앙은행 본연의 기본 원칙 안에서 하겠다"면서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는데 이는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은은 기존의 자세에서 물러서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대해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동시에 재정수단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당초 입장에서 벗어나 최근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인 구조조정에 한은이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이 풍성하게 마련될수록 분명 구조조정이 용이할 것이다.

긴급하게 고용안정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선포하고 근로자들에게 후하게 돈을 쥐어줄수록 혹은 부실채권이지만 채권자들에게 후하게 가격을 쳐줄수록, 채무를 더 탕감해줄수록 분명 근로자들의 저항이나 채권자와 채무자들의 불만과 비협조를 극복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자금이 많을수록 마냥 더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더 많은 구조조정 자금은 더 큰 국민의 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 부담을 생각하면 구조조정 재원은 적을수록 최선이다. 정말 국민들이 똑똑해서 정확하게 계산할 줄 안다면, 필요한 재원을 매년 세금을 조금씩 더 내어 마련하든 아니면 국채 발행을 늘려서 조달하든 마찬가지다. 마치 자동차를 살 때 일시금을 내고 사든, 주어진 이자율에서 할부금을 내든 그 부담이 마찬가지인 것과 비슷한 논리다.

그러나 국채 발행을 할 때 사람들이 그 국채발행으로 인해 자신이 앞으로 갚아야 할 세금 부담이 높아졌다고 미리 깨닫고 자신의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국채의 발행은 국채의 소지자로 하여금 자신의 부(富)가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반면, 국채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증가된 발행액만큼 자신의 채무가 늘어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처럼 국채발행이 세금증가에 비해 부(富)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착각하는 재정환상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비교우위의 원리'로 저명한 경제학자 리카도는 국채발행과 세금 증대가 실제 부담 면에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론화하는 한편, 재정환상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잘 인식하였다. 그는 국채발행에 따른 재정환상 현상과 부작용을 고려하여 심지어 전비 조달조차도 국채 발행보다 세금 인상의 방법을 추천하였다.

비유하자면 국채라는 빌린 돈으로 자동차를 샀는데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잊어버린 채 소비를 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금으로 떼어 가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통한 재원조달은 어떨까?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게 이에 해당한다. 국채발행의 경우 시중 이자율이 올라가 사람들의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발생시키지만 인플레이션을 통한 재정의 조달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중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국민들이 단기적으로 저축은 줄이고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물가 상승 이전에 한은의 발권력으로 늘어난 돈을 쓰는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만, 이 돈이 돌고 돌아 물가상승이 이루어지고 난 후 수중에 그 돈이 들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소득이 낮아지는 소위 인플레이션 조세를 물어야 한다. 지금 구조조정의 재원을 두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재원조달 방법에 있어서도 인기에 영합하려 하지 말고 국민의 장기적 입장에 서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아시아투데이 2016. 5. 2 [칼럼]
<원문>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60502001807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