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쟁의 본질, ‘혁신 막는 기득권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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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의 상비약 편의점 판매 반대, 결국 '집단이익 수호'일 뿐
편의점 판매 반대 이유 '약물 오남용'은 억지...허용품목 원안 20개로 늘려야
약사협회, 직역 기득권보다 소비자 후생 우선하는 방향 전환 필요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위험 아닌 혁신...관리하며 수용해야 할 과제
프랑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Bastiat)의 ‘양초업자의 탄원서(1845년)’는 ‘이익집단의 사적이익 추구’를 질타한 촌철살인으로 지금도 울림이 크다. 양초 생산업자에게 태양은 ‘넘사벽’의 너무나 위협적인 존재다. 태양을 없앨 수 없으니, “낮에도 의무적으로 건물의 모든 창에 두꺼운 커튼을 치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양초는 날개 돛인 듯이 팔릴 것이다. 경제적으로 살을 붙이면 ‘시장에서 내 경쟁자를 몰아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도 따지고 보면 시장에서 대기업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규제해 달라는 것이다.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확대를 반대하는 약사 및 약사 단체들의 집단 요구도 그 ‘본질’은 자신의 집단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혁신은 기존질서의 파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기득권의 반발은 일종의 상수(常數)이다. 분명한 것은 “혁신의 불꽃이 기득권의 저항으로 질식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제도)는 “심야·공휴일에 약국이 닫혀 있을 때 최소한의 약은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이용 편의·가격경쟁·야간 접근성 측면에서 상당히 ‘환자 친화적’인 제도이다. 약국 독점이 완화되면, 가격·서비스 경쟁이 유도되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상비약은 ‘새로운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을 구하는 방식을 바꾸는 혁신’이다. 상비약 편의점 판매 제도는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가능해졌다.
거래되는 재화가 의약품인 관계로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등을 고려해 ‘20개 이내의 품목’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안전상비약 품목은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재평가, 재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6차에 걸쳐 개최 됐지만 품목 점검 및 재조정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전했다. 그후 2022년에 ‘타이레놀 160mg, 어린이 타이레놀현탁액 100ml’이 생산 중단되었지만 대체 품목이 지정되지 않아 판매 허가 품목은 2012년 13개에서 2023년에는 11개로 줄었다.
편의점 판매 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약사협회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명분은 “복약지도가 불가능해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 우려를 지나치게 오남용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과 달리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의 엄격한 심사 및 검증에 기초해 국민의 ‘자기투약’이 승인된 품목이기에 부작용의 예방이나 처치 등에 대하여 국민이 스스로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품목이다. 약사회가 약물 오남용의 우려로 편의점 상비약 판매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위험 대비 편익이 확실하고 크다면 오리려 적극적인 행정과 관리체계로 뒷받침해 허용품목을 원안대로 20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O ‘혁신 대 기득권 세력의 저항’ 프레임으로 설명하면 명료
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쟁에서 ‘기득권’은 명확하다. 약국 및 약사 단체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OTC(일반편의 의약품) 판매의 거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해 왔고 그 지위 덕분에 일정한 매출과 수익을 보장받았다.
이들이 배타적 권리를 내세우는 명분은 두 가지다. ‘안전성과 전문성’으로 이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전자는 ‘오·남용,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다. 후자는 “편의점 직원이 복약지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편의점으로 판매가 이동하면, 즉 약국과 편의점이 경합하면 약국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기약·해열제·소화제 같은 회전율 높은 품목의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수익감소’ 개연성이 현실 변수로 다가선 것이다. 약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상업 논리’를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거북하다. 그들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공익 논리로 기득권을 포장한 것이다. 약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이지만 한편으론 ‘약국의 상업적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직역집단’이기도 하다. 결국 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은 “직역을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를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로 환원된다.
최종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어떤 대안이 “소비자에게 유리한가”이다. 편의점 판매의 장점은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시간·거리 비용 감소, 24시간·365일 접근 가능, 경쟁에 따른 가격·서비스 개선 가능성” 등 소비자 후생증가는 분명하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오·남용, 중복복용, 알레르기 등 부작용 위험, 편의점 직원의 복약지도 부재, 상비약으로 버티다 치료 시기 실기(失期) 위험 등은 편의점 판매의 리스크 요인이다. 정책판단의 기준은 명료하다. “소비자 후생의 증가가, 안전성 저하라는 위험보다 충분히 크고, 그 위험을 제도 설계로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면” 편의점 판매는 ‘막아야 할 위험’이 아니라 ‘관리하면서 수용해야 할 혁신’인 것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1회 구매량·포장단위 제한, 경고문구·복약 안내”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크게 표기하는 것 등이다.
O 에필로그: ‘복약지도’ 대신 ‘복약정보’란 용어를 사용해야
부지불식간에 ‘복약지도’란 용어가 남용된다. 전문가 집단의 권위의식이 아마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치료목적의 의약품은 복약지도가 당연하다. 하지만 안전상비약에 굳이 복약지도를 명분으로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것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복약지도’ 대신 ‘복약정보’ 제공이 문맥적으로 더 잘 어울린다.
약사회는 전체 인구 대비 약국 숫자가 충분해 약국 접근성이 높아 안전상비약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 2200명당 약국 1개소가 운영되고 있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술 평균’은 의미가 없다. 지역적·시간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집 건너 약국이 있더라도 산간벽지는 여전히 ‘무약촌(無藥村)’이며, 심야 시간대에는 약을 구할 수 없다. 전국 곳곳에 자리잡은 편의점 점포를 활용해 이러한 약품공백을 메울 수 있다면 이를 ‘약품 전달의 인프라’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편의점은 과거 코로나19 감염증 기간 동안 ‘자가진단키트와 마스크 판매를 통해 공공플랫폼으로의 기능을 수행했다. 자가진단키트 판매는 내복약 판매 이상의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다. 자기진단키드 구매를 허용하면서 안전상비약 구매에 토를 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약사의 전문성은 혁신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발휘된다. 약국외 안전상비약 판매 허용에서 약사의 전문성 훼손을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약사회는 ’국민의 눈‘에 철저한 이익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인식의 개선이 요구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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