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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칼럼] 빚내서 생색내는 정치, 커지는 국가채무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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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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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채무 문제가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 예산’이라고 불리는 내년 예산이 올해 본예산보다 8.1%나 증가한 데다가, 4대 사회보험을 뺀 관리재정수지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적자로 110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는 1400조 원대로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어서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반박하지만,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한가한 소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10% 남짓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에는 19.5%로 상승했고, 5년 후인 2007년에는 33.2%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3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이후 부채비율은 우상향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제 50%를 넘나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단기간’에 ‘급속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이른바 ‘진짜 나랏빚’을 집계·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진짜 나랏빚’(D4)이 2024년 말 기준 총 4632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181%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은 "벌써 국민 1인당 8963원의 빚이 있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9000만 원 가까운 빚을 져야 하고, 미래 세대에게는 더 많은 빚을 안기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나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중앙정부 부채(D1)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합하면 일반정부 부채(D2)가 되고, 여기에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공공부문 부채(D3)가 된다. D3에 장래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 부채 등을 포함하면 광의의 국가부채, 일명 ‘진짜 나랏빚’인 D4가 된다.

여당과 정부는 ‘진짜 나랏빚’이란 D4 통계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공식 발표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D4 통계가 ‘진짜’ 국가부채를 나타내므로, 이것을 공식적으로 집계해 공개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나라마다 연금제도 등에 차이가 있어 국제 비교가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국가부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나 이런 국가부채의 증가가 외환위기나 팬데믹 대응 같은 ‘불가피한 충격’에 대응한 결과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만일 그런 ‘불가피한’ 성격의 부채 증가라면 경제 상황과 재정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성격의 부채일 것이다.

하지만 복지 지출 확대와 정부 역할 확대, 그리고 최근의 소비성·현금성 지출을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부채의 질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구조화, 장기화시키는 전형적인 경로다. 한번 늘어난 복지 지출은 줄이기 어렵고, 일회성 지출은 상시 지출로 고착된다. 프랑스가 재정 악화 이후 긴축을 시도하다가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 최근의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예산안 처리 결과는 재정 건전성과 국가부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출 규모는 큰 폭으로 확대됐고, 현금성 이전 지출과 단기 소비 진작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여야 없이 ‘더 달라’는 요구만 있을 뿐, ‘줄이자’ ‘어디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우려는 말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로 만들지 않는 한 정치인들의 ‘빚내서 생색내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정준칙의 의미를 다시 짚지 않을 수 없다. 완전한 제도화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 비율을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을 정책 기조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이 재정준칙 기조는 사실상 사라졌다. 국가의 씀씀이를 꼼꼼하게 따져야 할 국회 역시 증액 경쟁만 치열하게 할 뿐, 감액은 정치적 손실이나 패배로 간주하는 지경이다. 강제력 있는 재정준칙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구조적으로 설 자리가 없다.

독일의 경우 재정준칙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누적 국가채무를 60% 이내로 제한하는 유럽연합의 재정준칙도 독일의 그것을 모태로 한다. 독일과 유럽연합의 재정준칙은 위반할 경우에 법적·제도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반면 우리나라의 재정준칙은 법제화에 실패하고 언제든 철회 가능한 선언으로 남아 있다. 준칙을 위반해도 불이익이나 정치적 책임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지출 확대의 유혹을 떨쳐낼 장치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우리도 재정준칙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또 정권이 바뀜에 따라 수시로 철회되거나 폐기되지 않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엄격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장 ·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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