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몽상이 키운 ‘징벌적 전기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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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본문
전력 사용량 상위 30대 기업의 지난해 전기 사용량은 9만8552기가와트시(GWh)로, 전년인 2023년보다 불과 0.8%(786GWh)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 요금은 전년 대비 무려 12.7%(1조8146억 원) 증가한 16조1109억 원이다. 최근 3년 반 사이 산업용 전기 요금이 70%나 치솟은 여파다. 우리 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에 ‘징벌적 요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탈원전·재생에너지 중심’의 현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에서 고비용 구조는 고착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전기료 때문에 한국을 등지는 ‘제조업 엑소더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013년 킬로와트시(kWh)당 107.3원으로 100원을 돌파한 산업용 전기료는 2023년 153.71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168.17원, 지난 6월 179.23원으로 계속 급등했다. ‘전기요금 구조’도 매우 기형적이다, 통상 세계 각국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량으로 전기를 쓰는 산업용을 주택용보다 우대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전기 요금은 kWh당 179.23원, 주택용 요금은 155.52원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산업용 전기를 ‘갑과 을’로 나눠, 대기업 산업용 ‘을’ 요금을 중소기업 산업용 ‘갑’보다 더 많이 올린 것이다. 전기요금을 ‘갑과 을’로 나누고 인상률을 차등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많이 쓰면 할인받는데 한국은 예외다. 이것이 현 정부가 주장하는 ‘억강부약’의 일환이라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주기적으로 조정한다. 2022년 치솟았던 국제 연료비가 하향 안정되면서 전기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 한전이 내부적으로 계산한 적정 조정단가는 kWh당 -13.3원이다. 즉, 전기요금을 그만큼 인하할 여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전과 동일하게 +5원으로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한전의 산업용 전기료 원가 회수율은 130%를 넘어섰다. 기업들이 원가보다 30% 이상 비싼 요금을 내며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이는 한전이 에너지 다(多)소비 기업을 ‘전기고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를 뒷배로 한 한전의 ‘완승’은 뒤집어보면 ‘승자의 저주’이다.
기업은 입지를 정할 때 전기료를 우선 고려한다. 동박·유리·폴리실리콘처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에서 전기료는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기료발(發) 오프쇼어링(생산 기지 해외이전)’을 촉발한다. 팩트를 짚어보자. 2024년 기준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 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66원, 재생에너지는 208원이다. 생산단가 이외에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전력 믹스’는 명확하다. 가장 저렴한 원자력이 50∼60%, 가장 안정적이지 않은 재생에너지가 20∼30%, 나머지를 석탄·가스·수소 발전이 담당하는 구조여야 한다. 이는 상식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제조 기반이 붕괴하느냐, 아니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라는 미래의 파도에 올라타느냐를 가르는 ‘이념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의 양적 확대만이 산업을 고비용 구조에서 구해낼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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