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노란봉투법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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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본문
올해 3월 10일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사람들은 이 법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이 법을 근로자를 위한 법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노사관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법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오래전부터 불공정한 법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노란봉투법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핵심은 임금이며, 임금은 근로조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계약 체결 시 결정된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만이 사용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원하청 계약에서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근로조건을 다툴 수 있다면 계약은 의미를 잃는다. 노란봉투법은 경제발전의 근간이 된 계약 질서를 무너뜨리며 소비자를 사용자로 둔갑시킨다.
원하청 관계는 경제학적으로 쌍방 독점적 관계다. 이를 일방적 종속 관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 피셔바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초 제너럴모터스(GM)와 원하청 관계였던 피셔바디는 지난 1984년 GM으로 피인수됐다. 하지만 인수 이후 조직 비대화에 따른 비효율이 나타났고 결국 피셔바디는 해체의 길을 걷게 된 바 있다.
이렇듯 원하청 관계에서는 자산 특수성으로 인한 투자 위축과 조직 비효율성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수의 하청기업을 경쟁시키는 방식을 택해 왔다.
우리나라는 원하청을 단순한 계약이 아닌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왔다. 일부 설비 투자와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함께 성장했고,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근로자 임금도 상승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를 구조적 통제 관계로 규율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근로자의 삶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원청 기업은 이러한 구조적 통제 관계를 청산하려고 할 것이다. 원청 기업은 해외 기업과 같이 여러 개의 하청 업체와의 계약을 맺고 물량을 조절할 것이고, 하청 기업은 매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를 꺼릴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사관계의 악화만이 아니라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원하청 간의 신뢰와 효율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또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은 노동조합의 정치화를 심화시켜 본래의 역할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기업 발전과 근로자 처우 개선을 함께 추구하는 자발적 단체다. 하지만 이제 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대우, 노동 이사제, 그리고 노동조합의 공간에 대한 지원 등 직간접적으로 노동조합의 유인구조가 바뀌었다. 노동조합이 기업 발전에 발목을 잡은 것은 궁극적으로 근로자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에 3자가 개입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이러한 대전제를 허물고 근로자의 삶도 피폐하게 만든다.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는 조항은 기업 생존을 위협한다. 기업이 생존하지 못하면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잃는다.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국민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예외 규정 역시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불법은 예외 없이 규율돼야 하며, 상대방의 불법을 이유로 또 다른 불법이 용인될 수는 없다.
노란봉투법은 계약자유와 영업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며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 지침 역시 쌍방 독점적 관계를 일방적 종속으로 규정해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장기적 법적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영업의 자유, 불법행위의 책임을 부정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하며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었던 경제 체제가 무너질 것이 우려된다. 다수의 폭력은 다수라고 정당화될 수 없다. 노란봉투법은 폐기돼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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