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배임죄 폐지, ‘특정정치인 사법리스크 제거 수단’으로 전락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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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면 걸리는 범죄' 배임죄…기업인, 4중 법망에 옥죄이고 있어
참여연대의 배임제 폐지 반대, 반기업정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배임죄 폐지, 이재명 면소(免訴) 수단 되나…소급 면책 우려 커
배임제 폐지보다 경영판단 원칙 도입이 현실적 해법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자’로 비유되곤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배임죄 판단 여부는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가 전부인 셈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임죄를 법전에 규정한 독일에서도 “배임죄는 언제나 통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배임죄는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는 ‘위반 행위’는 당연히 배임이다(作爲). 그렇다면 할 일을 하지 않는 것(不作爲)도 배임이다. 예컨대 임무를 저버리지 않아도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이 경우 ‘손실 회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배임이 될 수 있다. 기업가는 전지(全知)할 수 없다. 한국적 현실에서 사업에 실패하면 배임죄에 피소되기 십상이다.
배임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다. 배임은 “형법 일반배임, 형법 업무상 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경법상 배임”으로 4중의 법망에 노출되어 있다. 특경법상 이득액 50억원 이상 배임죄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살인죄와 같은 수준이다.
배임죄에 대한 개편논의는 재계와 야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 위배’와 ‘재산상 손해’의 해석이 모호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어 배임죄 남소 우려가 높고 민사상 책임 외에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것이다.
O 참여연대의 배임죄 폐지 반대 논거
이 같은 요구에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기대를 넘는 파격적인 조치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궤를 같이 하는 참여연대는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 진단과 대안 모색 긴급 토론회’(2025, 10. 14)를 통해 “기업 경영 위축을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잘못된 진단이며, 범죄 공백만 키울 것”이라며, 배임죄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선의의 기업가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 배임죄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대기업 집단의 배임죄 처벌 사례 대부분은 총수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삿돈을 이용한 경우였다”며 “이는 기업 성장을 위한 위험 감수가 아니라 명백한 사익편취형 범죄”라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배임죄를 폐지하면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이 강화돼 기업 혁신이 저해되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배임 혐의는 민사 제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주주대표소송 요건 완화,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등 민사책임 강화 논의 없이 형사처벌만 없애면 규제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요약하면 “대체 입법 논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폐지 결론부터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반(反)기업정서와 논리는 요지부동으로 고착화됐다.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배임은 ‘임무위배’, ‘재산상 손해’, ‘고의 여부’ 같은 요소로 판단되는데 기업 의사결정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당한 위험 감수와 임무위배’의 경계를 짓기가 어렵다. 따라서 실패한 투자·M&A·신사업에 대해 ‘그때 왜 그렇게 했냐’는 식의 사후 평가가 형사책임으로 변질되기 쉽다. 뇌물·횡령 같은 명백한 불법행위 없이도 ‘판단 실패’가 형사 사건화될 개연성이 크다.
둘째 ‘23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2022년 특경법상 횡령·배임죄 무죄율은 11.4%로,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 3.1%의 3배가 넘는다. 이는 배임죄로 국가적 희소자원인 수사 및 사법 역량이 낭비되고 기업인들에게는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의 피해가 가해짐을 시사한다. 최근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특정 주주와 이사’는 계약관계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상법개정은 법리적으로 정합적이지 않다. 특정기업 주식을 특정기업 이사의 추천을 받고 사는 투자자는 없다.
O 배임죄 폐지의 우려되는 소급면책
배임죄가 폐지되면 특정 사건·특정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소급 면책이 되거나 수사·재판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백현동 특혜 의혹 등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아 기소된 바 있다. 현재는 재판 진행이 중지되어 있다. 따라서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면 ‘사후 법령변경의 유리한 적용’이라는 형법 원칙으로 재판 중인 사건이 면소(免訴)될 가능성이 커진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후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면 면소’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이라는 특정 정치인의 사법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작위적으로 배임죄를 폐지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인의 면책’ 프레임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안전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명시적 비소급 원칙’과 ‘진행 중 사건’에 대한 적용 제한 명기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부칙에 시행일 이후 행위에의 적용 또는 이미 기소된 사건은 종전법의 지배를 받는다는 ‘경과규정’을 명시하는 것이다.
정치적 의심을 피하려면, 공공개발·인허가·후원금 등과 얽힌 사건들은 특혜·대가성·부정이득을 기준으로 정비해 배임에서 분리하고, 배임은 민간 ‘경영판단’ 영역으로 국한해 트랙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O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명시적 도입
배임죄 폐지가 아니면 개편방향은 명확하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 판단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은 충분한 정보수집, 이해상충 통제, 선의, 합리성 범위 내 판단이면 배임 성립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배임죄 없이도 경제 범죄를 규율하는 나라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배임죄 없이 사기·민사로 제재하며, 일본과 독일은 고의적인 위법행위만 처벌하도록 배임죄에 ‘목적범 요건’을 추가하고 있다. 일본 회사법 제960조에 규정된 특별배임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명시해 주관적 판단 여지를 최소화했다. 독일 형법 제266조 배임죄도 '충실의무 위반'을 구성요건으로 하면서도 판례를 통해 엄격한 목적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배임죄는 BJR과 목적성의 구성요건이 없어, 정상적인 경영판단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실패가 배임죄 처벌 대상이 수 있었다.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기업하기 좋은 법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가경쟁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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