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민 정치평론] 이념 부재의 오만과 독선, 불통’이 부른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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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부재의 오만과 독선, 불통’이 부른 참패,
‘그라운드 제로’에서 일어나야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개헌저지선을 지킨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국민의 힘은 왜 참패했는가? 현상에는 본질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질 짓만 골라서 했다. 참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쌓았다고 볼 수 있다.
선거에서 질 짓만 골라서 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박빙의 선거였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56%, 47.83%로 그 차이는 0.73%에 지나지 않았다. 윤대통령의 당선은 ‘실버세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논공행상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정권을 탄생시킨 ‘숨은 주역’에 대해 숙고하고 배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적 주적(主敵)이 누구인지조차 깊이 식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인사(人事)’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인사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 하지만 좁디 좁은 검찰 풀(pool)에서 벗어나지 못해 ‘검찰공화국’이란 힐난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은 결기가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대장동 수사, MBC·KBS 편파보도 등에 결연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정권을 잡고 난 뒤 반드시 해야 할 ‘집들이 청소’에 해당되는 ‘정권들이 청소’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인사와 정책에서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데 실패했다. 22대 총선 참패의 빌미는 이렇게 마련되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알 리 없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어땠는가? 국민의힘은 자신의 지지세력인 우파 애국세력을 ‘태극기부대'로 모욕하는 치명적 우를 범했다. 대신 ‘중도로의 외연확장’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집토끼를 방치한 채 산토끼 사냥에 나선 것이다.
정당에 대한 시민사회의 두터운 외곽지원 없이 정당은 홀로 존립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아마추어’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의 생리에 정통한 ‘프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과 외곽지원 세력 간의 분업구조를 구축했다.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이 주도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의 목표 의석인 20석 중 민주당 추천 몫인 10석을 제외한 나머지 10석을 그들의 외곽세력인 ‘연합정치시민회의, 진보당, 새진보연합’에 배정했다. 이같은 조치는 ‘통진당 에 뿌리 둔 이념세력의 국회 진출 계획’으로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이를 밀어붙인 것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어떠한가? 한껏 기대를 모았던 ‘한동훈’ 카드는 이내 빛을 잃었다. 그의 책임하에 선정된 ‘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 면면은 실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비례대표에 ‘이념과 가치 지향’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투사’가 있을 리 없다. 비근한 예로, 탈원전을 비판하고 원전부활을 위해 싸워온 투사는 배제됐고 오히려 ‘사실상 탈원전’의 웰빙 인사가 추천됐다.
지난 1월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대회에서 한동훈 대표는 김경율 회계사를 “진영에 관계없이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지키고 부패를 척결하며 약자를 보호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그를 ‘마포 을’에 즉흥적으로 공천했다. 여기서 한동훈 대표가 말한 ‘진영에 관계없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에서 우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마포 을’도 지키지 못하고 정치신뢰만 떨어뜨렸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원 공천에서도 좌파에서 전향한 자를, 전향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옥동자인 양 떠받들었다. 시종일관 우파의 이념과 가치를 붙들고 고군분투한 정치인은 홀대를 받았다. 일각에서 총선 전에 벌써 야당의 승리가 ‘따논 당상’(堂上)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던 배경이다.
의대증원이 지지율 높인다는 역모션에 걸린 국민의힘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의료개혁이란 명분으로 윤석열 정권은 의사와 전투를 벌였다. 의사를 무릎꿇게 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미몽에 빠져서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윤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5년간 의사 1만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0명, 1만명"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오류의 '신(神)'인가? 의대증원이 군사작전이라도 되는가? 로드맵 없이 전광석화같이 해야 하나? 의대증원 얘기 나왔을 때, 이재명 대표는 내심으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우파세력 간에 자중지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증원 문제를 거칠게 접근했다. 닭잡는 데, 닭잡는 칼 대신 소잡는 칼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증원의 큰 방향’을 잡고 세부 사항은 의사집단과 로드맵을 통해 접근했어야 했다. 정부가 독선에 빠지다 보니, 의사집단을 ‘적(敵)’으로 간주하기까지 했다. 환자가 국민이면 의사도 국민이다. 의료대란은 국민의힘에 정치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다 주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활동 의사 수는 2013년 9만 710명에서 2022년 11만 2321명으로 총 2 만 1611명이 증가했다. 의사와 그 가족 그리고 경제적으로 연계된 인구를 감안하면 박빙지역에서 국회의원 당락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유권자는 늘 옳다"는 신들린 소리
어떤 자칭 우파지식인은 "효율적시장가설"을 인용해 소비자와 유권자는 늘 옳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는 옳을 수 있다. 특정재화를 구매할 때면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가격대비 효용을 따진다. 흔히 가성비라고 한다. 하지만 투표자는 다르다. 투표를 할 때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이 자신과 후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를 심사숙고할 유인이 크지 않다. 따라서 그럴듯한 또는 자신에게 금전적 혜택을 약속하는 후보자에게 기울기 쉽다. 주지하다시피 플라톤은 ‘중우정치’를 민주주의의 치명적 약점으로 인식했다.
좋은 유권자는 저질의 그리고 저급한 후보자를 걸러내 준다. 문제는 양질의 유권자가 하늘의 선물이 아니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득과 공감 그리고 심지어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유시장·자유시민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
윤석열 정권은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판이 정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으며, 조국 대표가 이끄는 혁신당이 비례대표 12석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정치적 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재판은 정치적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재판지연은 법치국가에서 명백한 ‘악’이다. 재판지연은 민주주의를 허문다. 관권선거 개입의 당사자인 송철호와 황운하는 1심 판결이 늦어져 임기를 다 마쳤다. 그리고 비례대표로까지 뽑혔다. 이게 정상일 수는 없다. 조국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무죄추정 원칙'에 의거 창당까지 했다. 하지만 무죄추정원칙은 법률적 약자를 위한 인권보호장치이지, 피의자의 방패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한 재판이 필요한 것이다.
조국은 금지선을 넘고 있다. 22대 총선 공식 유인물에 ‘회칼 테러로 국민·언론 겁박’ ‘윤석열 검찰독재, 3년 당겨 끝낼 가장 확실한 선택’을 적고 있다. ‘회칼 테러로 국민·언론 겁박’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독재 3년 당겨 끝낼 확실한 선택’ 운운은 “국민이 선출해서 재임 중에 있는 현직 대통령을 임기 중에 실각시키는 정치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선언이다. 형법 91조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을 ‘국헌문란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조국, 황운하 재판은 대법원 결심만 남았다. 대법원 판결은 법률심이기에 기초 범죄사실을 증빙하는 하급심이 아니다. 따라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재명도 마찬가지다. ‘재판지연’의 불확실성이 최소화돼야 한다. 감방 갈 사람 감방 보내는 것이 정치탄압일 수 없다.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108명의 소수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골리앗이 아닌 다윗으로 변신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우파이념과 가치를 공고하게 붙들어야 한다. 논쟁 중인 518민주화 운동을 헌법전문에 삽입한다는 등의 생각은 뇌리에서 지워야 한다. 그리고 한·미·일 자유세계와의 동맹을 공고하게 견지해야 한다.
2024. 04. 17.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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