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산직’ 노조도 AI 로봇 못 막는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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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본문
신조어는 그 사회의 단면을 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킹산직’을 예로 들어보자. 킹산직은 ‘킹+생산직’의 합성어이다. 그만큼 연봉이 높다는 것이다. 생산성이 연봉을 뒷받침한다면 연봉이 억대를 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 고액 연봉이 ‘생산성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귀족노조는 ‘해고는 살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는 해고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양자의 차이는 ‘기회(機會)임금을 받느냐’ 여부이다. 기회임금을 받았다면 사용자 측과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섬뜩한 투쟁 구호는 ‘귀족노조가 기회임금 이상의 보상을 받아왔다’는 자기 고백이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정규직이냐 여부에 따라 급여가 천차만별이라면 기회임금이 아닌 ‘제도임금’이라고 봐야 한다.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았다면, ‘누군가를 제도적으로 착취했음’을 시사한다. 이런 이유로 귀족노조는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더욱 단결했고, 그 결과 사용자 및 ‘비(非)귀족노조’와의 갈등은 깊어져 갔다.
인공지능(AI)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이 가능할 만큼 휴머노이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사 갈등’은 노조와 로봇 간 ‘노·로 갈등’ 조짐을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공개한 피지컬 AI ‘아틀라스’와 관련, 현대차노조는 22일 소식지를 통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들여올 수 없으며’, 로봇이 배치될 미국 공장으로 ‘노사 합의 없이 1대의 자동차도 빼 갈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 정도면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조합’이 아니라, ‘생산 방식까지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의사결정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1811∼1816년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은 방직·편직 노동자들이 임금 하락과 숙련 일자리 붕괴를 가져온다고 여긴 나머지 기계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저항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러다이트운동은 ‘기술과 기계를 악(惡)’으로 보지는 않았다. ‘기계 사용과 자본가적 운영 방식’이 노동자의 생계에 미치는 위협을 경고한 것이었다. 러다이트운동은 ‘기계화와 공장제 확산’이라는 구조적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했기에 기계화는 장기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면서 러다이트운동은 ‘기술 도입의 사회적 비용’을 인식하고 노동정책과 사회정책이 논의되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그만큼 유연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는 기술 진보 자체를 부정하는 ‘원리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사측이 로봇을 일방적으로 도입해 노사관계를 깨려고 하면 ‘그 끝을 보여주겠다’고 겁박한다. 노조가 완승했다고 치자. 그러면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토요타 등 로봇 기반 생산설비를 갖춘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노조는 설 자리가 없다.
불과 수년 전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검표원이 노조를 결성해 하이패스 차로 운영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검표원의 생계 위협을 무기로 하이패스 차로의 기술과 편리함을 막을 수는 없다. 최근 현대차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아틀라스’ 기술에 대해 기대수익이 증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을 이기는 노조는 없다. 노조는 더 이상 머리띠에 취해서는 안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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