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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리스크 키운 억강부약 위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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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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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 등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한 금융지주사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 확대가 경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미리 알리지 않을 경우 주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경영 위험 요인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한다. 포용금융 관련 부분은 지난해 보고서에 없다가 올해 새로 추가됐다.

한국 정부가 저소득층과 금융 취약계층 차주(借主)에게 우선 대출 기회를 주는 ‘포용적 금융 이니셔티브’가 연체율 증가 및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금융사들이 정식으로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것이다. ‘DR을 상장하지 않았다면’, 포용금융의 위험 요인은 부각되지 않고 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국내 사업보고서에는 ‘금융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서민 대출 중심의 포용 및 상생 금융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전혀 다른 얘기가 공시돼 있다. 해외 투자자에겐 포용금융이 숨길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이실직고했지만, 국내에는 정권 입맛에 맞는 얘기를 남긴 것이다.

어느 사회에도 저신용자와 금융 취약계층은 있다. 그들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고신용자와 고소득자에게는 징벌적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좌파들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입에 달고 산다. ‘강한 것은 누르고 약한 것은 부추긴다’는 것이다. 억강부약 하면 약자가 저절로 없어져 모두 잘사는 사회를 이루는가. 감상에 젖는 일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억강부약은 가슴 뭉클하게 하지만 위선적 ‘구두선’일 수밖에 없다. 고신용자(강자)로 인해 저신용자(약자)가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 논리가 옳다면, 박 서방이 건강해서 김 서방이 아픈 게 된다. 각자의 건강상태는 서로 ‘독립적’이다. 사회적·정책적 관심은, 저신용자를 신용불량의 늪에서 건져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는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강조하지 않았다. 신용을 관리하고 지키는 것이 ‘경제시민’의 제일 덕목이라는 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금융맹국(盲國)’이 됐다. 그 정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그는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을 ‘약탈’로 규정한다. 돈을 잘 갚는 고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약탈이 아니라 ‘금융’이라는 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기본이다.

그런 식이라면 금융 약자에게는 저금리를, 금융 강자에게는 고금리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면 금융 약자에게 빌려준 돈은 회수되지 않고, 금융 강자는 대출을 받으려 하지 않게 된다. 차주를 금융 ‘약자와 강자’로 나눈 것이 오류다. 차주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된 금리 적용’을 막으면 효율적 자금 배분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시장원리를 무시하면 금융시장은 존속할 수 없고, 결국 취약계층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융 약자와 금융 강자의 이분법은 좁디좁은 좌파 세계의 ‘갈라파고스적 사고’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금융지주사에 ‘포용금융의 리스크’를 인정하게 한 것은 ‘DR 상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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