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강제는 ‘기업의 자유’ 침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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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본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에게 위험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규범적 경영 원칙이다. ‘기업이 돈을 잘 버는가’뿐 아니라, ‘그 돈을 어떤 방식으로 버는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 경영’ 대신 ‘착한 경영’ 추구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착한 경영 여부’에 대한 규범적 평가를 누가 하느냐다. 반드시 ‘국가권력의 시장 개입’을 초래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은 ESG 경영을 ‘규제비용’으로 인식한다. EU 이사회는 지난 2월 ESG를 간소화하는 패키지를 승인했다. 명분은 분명하다. ‘기업 경쟁력 제고, 보고 부담 경감, 중소기업으로의 낙수 규제 효과 제한’이다. 기업에 최대한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공시제 도입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ESG 공시 방안은 대상이 자산 30조 원 이상(57곳)이었지만, 지난 8일 당정의 최종안은 자산 10조 원 이상(107곳)으로 확대됐다. 시기도 2028년, 즉 FY2027 사업연도부터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종속기업까지 포함하면 291곳이다. 2029년에는 5조 원 이상으로 낮추고 2030년 이후에는 2조 원 이상으로 추가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크면 일탈 위험이 그만큼 큰 것으로 예단한 것이다.
관건은 공시 방식, 즉 ‘공시 채널’이다. 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특정해 단순한 정보 제공 의무를 넘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공시 의무로 강제하기보다 ‘자율공시와 설명책임 중심’으로 출발해야 한다.
E·S·G는 동일한 평면에 놓일 수가 없다. E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기후위험 노출도 등 상대적으로 계량화가 가능하다. 반면 S와 G는 훨씬 주관적이다. 예컨대 ‘다양성, 인권, 노사관계, 공급망 책임, 이사회 구성, 이해관계자 경영’ 등은 사회적 가치 판단이 강하게 개입된다. 해석에 따라 이들 요인은 ‘사회적 책임’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지만, ‘주주권 침해’ 또는 ‘정치적 의제의 기업 내재화’로 기업의 자유를 옥죄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ESG 공시는 투자자에게 재무적으로 중요한 위험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으로 하여금 특정한 사회·정치적 기준을 따르도록 종용하는 사실상 ‘행태규제’로 기능할 수 있다. 즉, ESG는 ‘투자자 보호’보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 압박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ESG 경영의 바람직한 방향은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E 중심, 재무적 정보 중심, 자율공시 우선’으로 축소된다. E는 기후 관련 재무위험 중심으로 좁혀야 한다. S와 G는 정량화가 어렵고 가치 판단 논쟁이 크므로 법정공시 편입에 신중해야 한다. 거래소 공시 또는 별도 지속가능성 보고서 방식으로 시작하고, 오류·추정·제3자 자료에 대한 책임을 넓게 면책해야 한다.
EU가 최근 ESG 규제를 경쟁력 저해 요인으로 보고 적용 범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황에서, 한국이 초안보다 대상을 넓히고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로 즉시 편입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규제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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