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과유불급 치명적 패착: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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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국민배당제' 언급 후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일사천리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20.8%'…분산투자 원칙 버리고 지수 부양 도우미
자산시장 '카지노 판' 만든 건 누구인가…주가지수 정책목표 삼은 정권의 민낯
1980년대 초 한국은 반도체 불모지였다. ‘정태적 비교우위’만 고려했다면 ‘섬유·전자조립·중화학 제품에 머무르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O 바람과 물결은 유능한 항해사의 편
삼성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뒤, 1983년 이병철 회장의 이른바 ‘도쿄 선언’을 계기로 초고밀도 집적회로와 DRAM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불렀다. 농사는 일년에 한번 짓지만 반도체 농사는 공장에서 수도 없이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보국’을 주창했다. 그는 ‘삼성의 존재 이유’를 그렇게 인식했다. 그는 애국자다.
이병철 회장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따라간 것이 아니다. 그는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현재의 손실을 감수하며,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기술 역량”을 창출한 슘페터적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이었다. ‘바람과 물결’은 유능한 항해사편이다. 삼성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1986년 반도체 협정’이 그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가격·시장접근’ 등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았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 불황과 조직문화의 경직성 등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투자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세계 메모리 시장의 공급자로 부상한 것이다.
삼성은 후발기업임에도 불황기에 투자를 중단하기보다 오히려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경쟁기업이 투자를 줄일 때 생산능력과 기술 수준을 높여 다음 호황기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역발상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적자는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단기 이익에 급급하지 않았다. ‘장기 시장지배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O 김용범 실장의 왜곡된 경제인식과 가벼운 언사(言辭)
모든 실패에는 전조가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026년 5월 11일 페에스북에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실장의 문제의식은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AI 반도체 호황->역대급 초과세수-> 국민배당제”를 제안했다. 그는 AI 시대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성과가 아닌, “반세기에 걸처 온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에서 니온 것이기에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국민배당금제는 삼성전자의 이익 처분과정에 정부가 빨대를 꼽겠다는 것이다.
O 2X 레버리지 상품 출시 경위
김용범은 올 1월 13일 주요증권·자산운용사 대표를 불러 모아, “외국 주식투자자(서학개미)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다음날 열린 언론인터뷰에서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주식 ETF 등 한국에는 불가능한 샹품이 많다“고 발언했다. 그의 발언은 계산된 것이었다. 이 언론인터뷰를 계기로 금융위원회는 ”레버지리 ETF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두배 레버리지 파생상품”이 출시되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레비리지 ETF 도입을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정책당국의 의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고 강행되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O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출시 도우미 자처한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한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2026년말 기준 목표 비중을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로 설정했다. 여기서 국내주식 비중 ‘20.8%’는 비상식적으로 큰 숫자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소득을 책임져주는 장기 기금이기에 분산투자가 원칙이다. 국민연금이 인위적으로 코스피지수를 띠우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5.27일의 ‘삼전닉스을 2배로 추종하는 파생상품’ 출시, 그리고 5. 28일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국내주식비중 20.8%의 심의·의결’은 독립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6.3일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복기하면, “5.11 김용범의 페이스북 글, 5.27 삼전닉스 추종상품 출시, 5.28 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국내주식비중 20.8% 의결, 6.3 지방선거”는 결코 독립된 사건이 아니었다. 한 줄로 엮인 것이다.
O 레버리지 상품 출시가 가져온 극단적 쏠림
‘2배를 벌 수 있고 2배를 잃을 수 있다’에서 투자가가 본 것은 전자(前者)였다. 투자자는 이성을 잃었다. ‘공포가 탐욕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과는 극단적인 쏠림이었다.
2026. 7. 8 거래대금을 예시로 든다. 1) ‘삼전닉스 16개 추종상품+인버스’의 거래대금은 15.6조원이었다. 2) 기초자산 삼전닉스의 거래대금은 ‘삼전 9.5조원, 하이닉스 15.2조원’이었다. 3) 삼전닉스 기초자산과 파생상품 거래액은 총 40.4조원(B) 이었다. 4) 7. 8일 총거래대금은 48.6조(A)은 이었다. 전체거래에서 삼전닉스 및 삼전닉스 관련 파생상품의 비중(B/A)은 83.1%였다. 2개 상품의 직·간접비중 83%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등락이 거듭되면 ‘음의 복리효과’로 개미의 자산은 녹아내릴 수 밖에 없다. 개미들은 큰 손해를 봤다. 통상적으로 ‘탐욕과 공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공포가 탐욕을 제어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공포가 더 큰 탐욕을 부른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모험을 짊어지려한 것이다.
O 충격 완화정치가 필요
금융당국이 허용한 상품은 ‘K배 레버리지’이다. 현재는 ‘K=2’인 것이다. 상장 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K=1.1’로 정하면 충격은 완화된다. ‘2배를 추종하지 않고 최대 1.1배만 추종하게 한다면’ 당연히 충격은 최소화될 것이다. 그리고 ‘진입장벽’을 높게 치는 것도 방법이다. 예탁금을 현행 1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문제의 본질은 K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지 하지 않은 투자자도 선의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최근 삼전닉스 본주만 보유한 투자자도 큰 자산 손실을 입었다.
이번 삼전닉스 레버리지 출시로, 대한민국은 정신적으로도 품위를 잃었다. 정책당국이 자산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원류를 찾아가면, 특정 주가지수를 정책목표로 삼은 정권의 무지와 타락으로 귀결된다. 이 지구상에 특정주가지수를 정책목표로 삼은 선진국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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