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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칼럼] 악당들 때문에 묻히는 체제 농단, 개정 농지법(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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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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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 때문에 묻히는 체제 농단, 개정 농지법》
- 농지법 개정, ‘분할몰수’ 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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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김-용-강. 김승원, 용혜인, 강신철…. 그 뒤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Top 3만 보면 그렇다. 금·은·동이 아니라 모두 공동 1위, 공동 금메달감이다.
그중 금메달 하나가 자진사퇴했다. 나머지 두 개의 똥색 메달을 달고 있는 사람들도 국민들은 알아서 꺼져주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대한민국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어젠다가 있다.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똥고집을 부리면 당장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사람보다 더 오래가는 것이 법이고 제도다. 사람은 체감되기 때문에 뉴스가 된다. 법과 제도는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 뉴스 순위에서 밀린다(그래서는 안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다). 사람은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고, 잘못 뽑았으면 다음에 치우면 된다. 그러나 악법은 골수에 든 병과 같아서 조기에 찾아내 고치지 않으면 그 뿌리가 두고 두고 심신을 피폐하게 한다.
올해 개정되어 시행된 농지법이 그렇다.
● 농사짓지 않는 사람에게 연 25%의 이행강제금
우리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지가 투기와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지주와 소작인, 빈부와 계급의 갈등이 생기고 농지자원의 이용이 왜곡됐던 역사적 경험 때문에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헌법에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농지법은 이 원칙을 받아 자기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일정한 농지에 처분의무를 지우고,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농지가액을 기준으로 25%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행할 때까지 반복 부과도 가능하다.
25%라는 비율 자체를 이번 정부가 만든 것은 아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농지법 개정으로 강화된 제도다.
그런데 2026년 개정은 이 강력한 제재의 첫 단계인 처분명령 발동 요건을 바꿔버렸다. 종전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에서 이제는 처분을 명하여야 ‘한다.’로 바꾼 것이다.
거기에 지방정부가 처분명령을 하지 않으면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강화했다.
● 2026년 농지법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 종전
→ 지방자치단체장이 처분을 명할 ‘수 있다’
→ 처분명령 불이행
→ 이행강제금
○ 개정
→ 지방자치단체장이 처분을 명하여야 ‘한다’
→ 지방정부가 하지 않으면 중앙정부 개입 가능
→ 처분명령 불이행
→ 이행강제금
한마디로 재량이 기속으로 바뀌었다.
지역의 사정과 농지의 현실을 보고 탄력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여지를 줄이고, 지방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중앙정부까지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5%라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 이재명 정부는 그 무기가 작동하는 행정절차를 더욱 기속적이고 중앙집권적으로 바꾼 것이다.
경자유전이라는 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모든 수단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 반독점법상의 기업매각명령도 이렇지는 않다
재산을 강제로 처분하게 하는 명령은 다른 법 영역에서도 가장 강력한 국가개입에 속한다. 대표적인 것이 독점규제법상의 기업분할이나 자산매각 같은 구조적 시정조치다.
미국 법무부조차 기업분할·자산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반독점법상 가장 과격한(most drastic) 구제수단으로 설명한다. 기업을 뜯어 나누거나 재산을 강제로 팔게 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공정거래법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해 주식이나 자산의 처분을 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자산매각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조차 이행강제금은 원칙적으로 관련 거래가액 등을 기준으로 하루 1만분의 3, 즉 0.03% 이하다. 이를 단순히 1년으로 환산해도 약 10.95%다.
그런데 농지는 연 25%다.
미국도 자산매각명령을 어기면 민사제재를 가하고 법원이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나 매각대상 자산 가치의 25%를 매년 떼어가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매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제3자인 매각 수탁자(divestiture trustee)를 두어 실제 매각을 완성시키는 방식까지 사용한다.
거대기업의 독점으로 시장 전체의 경쟁질서를 해쳐 기업을 쪼개거나 수천억, 수조 원짜리 자산을 팔라고 명령하는 경우조차 구조적 조치는 가장 과격한 수단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평범한 국민이 가진 논 한 마지기, 밭 한 뙈기에 대해서는 처분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그 농지가액의 4분의 1을 해마다 부담시킬 수 있다. 대기업의 독점자산보다 농민의 논 한 마지기에 국가권력이 더 가혹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 이행강제금으로 포장된 '분할몰수'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내놓았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농촌 인구는 줄고 있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도 줄고 있다. 농지는 매물로 내놓는다고 금방 팔리는 물건도 아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 또 25% 이행강제금을 부담할 위험이 있으니 25%를 깎아서라도 팔라는 것인가.
그래도 안 팔리면 다음 해에는 또 가격을 내려야 하는가. 그렇게 되면 농지가격은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국가가 설정한 이행강제금의 시간표에 쫓겨 내려가는 가격이 될 수도 있다.
국가가 직접 가격을 정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국가의 제재가 가격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제도에서 가장 끔찍한 부분이다.
농지가액의 25%씩 네 번이면 산술적으로 100%다.
물론 법률상 몰수는 아니다. 4년이 지났다고 소유권이 자동으로 국가에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등기부의 소유자로는 여전히 남아있다.
등기부에는 내 땅인데 그 가치만큼을 국가에 내고 껍데기 같은 소유권만 남는 상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이 좋아 이행강제금이지, 경제적 효과만 놓고 보면 이건 ‘분할몰수’이다. 한꺼번에 가져가면 몰수라고 보일 테니, 1년에 4분의 1씩 경제적 가치를 가져가는 것이다.
● 농지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다
더구나 농지는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논 한 마지기, 밭 한 뙈기는 어떤 사람에게는 부모가 살았고 자신이 살아왔으며 한 가족이 한 지역에 뿌리내렸다는 삶의 터전이고 기억이다.
우리 역사에서 농지는 생산수단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마을과 지역공동체를 이어온 공간이었다.
그런 땅을 처분하라는 것은 단순히 주식 몇 주를 팔라는 것과 다르다. 농지는 때로 재산이기 이전에 삶의 터전이고 기억이며 뿌리다. 국가는 농지의 이용을 규제할 수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원칙이 팔리지 않는 땅까지 반드시 팔게 만들고, 팔지 못하면 그 가치에 육박하는 경제적 부담을 반복해서 지우는 것까지 당연히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평생 농사를 짓다 고령이 된 경우도 있고, 상속받은 고향 땅인 경우도 있고, 팔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매수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과 보상에 관한 원칙을 정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야 하고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행강제금은 국가가 뜯어갈 뿐 그 댓가로 지불하는 것이 없다.아마도 4년 지나면 농지 가치는 100% 국가에 빨리고, 껍데기 소유 명의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거기에 따른 재산세 등은 또 꼬박꼬박 내야 할 것이다.
생선 가시까지 알뜰하게 발라먹는 국가 앞에 안 팔리는 땅, 농사 지을 수 없는 힘이 다한 농부는 그저 빨리고 또 빨릴 뿐이다.
● 농지의 문제가 아닌 체제 도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중대한 문제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민이 이제 소수라서 그런가.
농업이 더 이상 산업의 중심이 아니라서 그런가.
도시인들에게 이제는 남의 일처럼 보여서 그런가.
아니면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온갖 군상들이 국민의 눈을 너무 완벽하게 사로잡고 있기 때문인가.
사람의 문제는 오늘의 뉴스다. 사람은 되든, 안 되든 반짝하다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악법은 남는다. 개정 농지법의 문제는 단순한 농업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 몇 사람의 재산권 문제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국가가 사유재산에 어디까지 명령할 수 있는가.
국가가 개인의 소유를 어디까지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가. 그 경계에 관한 문제다.
대기업의 독점자산을 강제로 처분시키는 경우보다 농민의 논 한 마지기에 더 무거운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도, 그것을 단지 ‘이행강제금’이라고 부르는 것, 이건 사기와 강도질이 합한 국가 조폭이다.
그래서 이것은 결국 농지의 문제가 아니다. 소유의 문제이고, 국가권력의 한계에 관한 문제이며, 체제의 문제다.
언론들도 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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