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들켜버린 ‘일반집단소송제’ 꺼낸 민주당의 비열한 속내 (26.09.21/펜N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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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분야 확대·옵트아웃·소급적용…안전장치 없는 민주당 집단소송법안
6246억 과징금에 집단소송·징벌배상까지 겹치면 비례원칙은 어디에
소비자 구제 아닌 '쿠팡 손보기'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국에는 이미 집단소송제(class action)가 도입되어 있다.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그것이다. 입법 취지는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부실감사” 등으로 다수의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개별 투자자가 일일이 소송하지 않아도 대표당사자가 전체 피해자를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O ‘소송허가결정’이 확정돼야 본안소송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일반 민사소송과 다른 점은, “피해자들이 일일이 위임하지 않아도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는”것이다. 이처럼 집단 소송은 ‘옾트 아웃(opt-out)’을 원칙으로 한다. 집단소송은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법원이 곧바로 본안 재판을 하지 않는다. 먼저 ‘소송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송허가 결정’이 확정되어야 본안소송절차로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사전 심사제도’로서 남소를 막는 안전 장치인 것이다.
증권집단소송제도는 2005년 제도 시행 이후 4년 반 동안 ‘휴면상태’ (dormant)에 놓여있었다. 첫 번째 발동 사례는 ‘진성티이씨 사건’이다. 2009년 서울인베스트 등이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했디. 경위는 회사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손실’을 숨기고 실적을 허위로 공시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이 1,700여 명의 주주에게 총 29억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사건은 법정화해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O 민주당 적용범위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확대한 집단소송법안 발의
민주당은 박균택 의원 등 32인을 앞세워,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집단소송의 적용범위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확대한 집단소송법안을 2026년 3월 9일 발의했다.
이는 달랑 ‘예탁금 1000만원의 안전장치’만을 갖고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ETF’를 출시해 증권시장를 초토화시킨 김용범의 패착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남소를 제어하는 장치 없는 일반집단소송제는 기업을 옥조이는 흉기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민주당이 발의한 ‘일반집단소송제’에는 ‘논리가 아닌 숫자라는 힘’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압력 기제가 내재(built-in)되어 있다. 예컨대 피해자가 3천만명이고 1인당 배상액이 10만원이면 이론상 청구액은 3조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도 ‘패소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백억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에 ‘조기 합의’하는 편을 선택할 수 있다. 엄정하게 시비를 가리는 대신 합의를 통해 손해 규모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유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 집단소송의 ‘화해 압력(settlement pressure)’으로 주조화(coining)되었다. 제3자가 소송비용을 제공하는 ‘소송금융’이 존재하면 원고 측이 자금 부족 때문에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실제 피해자보다 변호사·소송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기획소송’이 빈발(頻發)할 수 있다. 성공보수, 제3자 소송금융이 결합하면 “피해자가 소송을 원하는가”보다 “소송의 수익성이 있는가”가 소송 제기의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EU는 집단소송을 허용하면서도 적격 소비자단체만 대표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제3의 자금지원자의 이해충돌’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
기업의 집단소송비용은 결국 ‘주주·근로자·소비자’에게 귀착된다. 집단소송비용이 커지면 일부는 ‘가격 인상, 투자 감소, 배당 감소’ 등의 형태로 이해관계자에게 귀속된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보다 법무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더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논란이 큰 것은 ‘소급적용’이다. 본 민주당 발의안은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집단소송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민법상 소멸시효’와 연계해 집단소송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 행위로 인한 거액의 집단소송 위험을 사후적으로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된다.
집단소송이 “전 분야 적용 + 옵트아웃 + 소급적용 + 징벌배상”이 한꺼번에 결합한다면 기업의 실제 위법 정도보다 ‘잠재적 소송금액’이 지나치게 커져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소비자정책위원회 제17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cdn.pennmike.com/news/photo/202609/128155_173961_2947.jpg)
O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쿠팡 과징금, 적정한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2026년 6월 10일 전체회의에서 쿠팡에 ‘미증유’의 역대 최고인 “6,246억 8,1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개보위가 위법으로 판단한 부분은 “내부 보안통제 실패에 따른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및 개인회원 온라인 활동 무단수집”으로 요약된다.
과징금은 ‘법치행정’의 수단이다. 비례성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피해액 산정’이라는 합리성으로 입증돼야 하고, 형평성은 비교 가능한 사건과의 ‘일관성’으로 입증돼야 한다.
앞으로 집단소송까지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4,235억원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 집단소송에 의한 피해자 민사배상 + 징벌적 손해배상”이 중첩된다면, ‘피해자 구제’와 별개로 국가 제재와 사법상 배상을 합친 총제재가 비례원칙을 충족하는 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O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는 쿠팡의 항변은 억지인가
민주당은 투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 삼아 전방위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쿠팡사태는 초기에는 개인정보 유출 원인 규명과 피해 산정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사안은 범정부 쿠팡 대응으로 외연을 넓혀갔다. 범부처 TF에는 “과기정통부, 노동부, 국토부, 중기부, 개인정보위, 방송미디어통신위, 금융위, 공정위, 국정원, 경찰청” 등이 참여했다. 국회의 중복 청문회도 문제를 일으켰다.
2025년 12월 17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가 열렸고, 이어 12월 30~31일에는 6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연석청문회가 추진됐다. 연석청문회에는 과방위뿐 아니라 “정무위, 기재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가 참여했고, 증인·참고인은 총 39명 규모였다. 과잉 대응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김범석 의장 출석을 요구하면서, “개인정보 책임자 조사”에서 “창업자 소환을 통한 정치적 책임 추궁”으로 문제가 변질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면 담당 책임자를 국회에 부르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조건 ‘대주주 출석’을 요구했다. 그 자체가 민주당의 정치적 후진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기술유출의 경제적 피해는 개인정보 유출에 비해 경우에 따라 훨씬 크다. 국가정책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에는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천억원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해외 경쟁국으로 이전하여 국가의 장기적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범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는가? 중국인에 의해 탈취된 쿠팡 고객의 이메일과 주소는 천금같이 중요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도 무단 반출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서는 안된다.
O 정책은 ‘편의가 아닌 원칙’의 문제
자유주의 철학자 하이에크(F. Hayek)는 정책은 ‘원칙’(principle)의 문제이기에 ‘편의’(expedience)를 쫒아서는 안된다고 설파했다. ‘집단소송제’는 ‘소액·다수 피해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소비자 구제제도이기에 ‘기업을 혼내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집단소송제는 기업을 특히 ‘쿠팡 손보기’라는 특수목적을 쫓는 정책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이 같은 합리적 의심은 과거 민주노총의 행태에 연원한다. 민주노총은 중국자본의 국내진입을 희망했고 쿠팡에게는 홈플러스 인수를 압박했다. 이제는 ‘알리와 테무’ 그리고 중국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바닥없이 추락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조물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제조물책임(PL)법’은 제조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제품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 이는 ‘무과실(無過失)책임주의’로 고의나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지는 민법상의 ‘과실책임주의’를 뛰어 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자의 불가항력적인 ‘합리적 면책조항’을 다수 인정해 운신의 폭을 열어줬다. 예컨대 현존하는 과학기술 지식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면책된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와 논리로 집단소송제에 ‘기업의 이유 있는 항변’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개나 소나’ 집단소송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는 국민 모두의 ‘삶의 터전’이다.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은 다수결과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단소송제가 모든 것을 쓸고 지나 가버리는 ‘쓰나미’가 돼서는 안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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