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트럼프의 ‘정치적 올바름’(PC) 비판과 ‘MAGA’는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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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포용·평등’ 좌파지향 해리스 對 ‘자유·시장·책임’ 우파가치 트럼프...관건은 ‘누가 미국 발전 친화적’인가
2016년 대선서 트럼프 어떻게 이겼나...‘정치적 올바름’ 비판·美건국이념 ‘기독교 정신’ 강조 덕분
트럼프 캠페인 ‘MAGA’의 신고립주의는 위험...美인플레이션만 가중시킬 것
‘러스트 벨트’ 정치적 볼모로 삼으려는 트럼프, 흑인과 여성에 목매는 해리스 모두 문제...‘자국보호주의’는 美 고립시킬 것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는 23일 12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44% 대 42%로 오차범위(±3%포인트)에서 근소하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해리스 돌풍’의 기저에는 그녀의 독설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첫 유세에서 자신의 검사경력을 언급하며, “모든 종류의 가해자를 상대했다. 그(트럼프)는 여성을 학대하는 범죄자, 소비자를 속이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긴 사기꾼이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트럼프 같은 타입을 안다는 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편 트럼프 대선캠프가 언론에 공개한 ‘해리스 허니문’ 제목의 내부 문건은 “허니문이 끝나면 유권자들은 해리스를 실정(失政)을 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부조종사로서의 역할을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대선은 늘 그랬듯이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총력전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두 후보를 중심으로 이미 결집했기에, 승패는 “어떤 후보가 무당층 유권자에 더 강한 정치적 이미지를 주었는가 그리고 어떤 후보의 정강정책이 미국에 ’발전친화적‘인가”로 결정될 것이다. 해리스는 흑인, 여성, 이민가족 등 미국 비주류의 광범위한 지지를 엮어 트럼프를 집요하게 추격할 것이다. 하지만 저격범에 피격되어 피를 흘리는 순간에도 ‘주먹을 불끈 쥐고 싸우자’를 외친 프럼프의 강인함은 여전히 유권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해리스는 ‘포용과 평등’이라는 좌파 지향의 민주당 전통을, 트럼프는 ’자유와 시장 그리고 책임‘으로 요약되는 우파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관건은 '어떤 후보의 정강이 미국의 발전에 친화적인가'이다.
O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대선 복기(復棋)
무명에 가깝던 트럼프가 2016년 치러진 대선에서 기성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을 일관되게 공격하고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주창(主唱)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PC’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차별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피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공정한 언어와 행동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품위있게 정치 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 PC로 오바마 대통령은 일례로 ‘Merry Christmas’ 대신 ‘Happy Holidays’를 사용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신념과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을 ‘정치적 위선(僞善)’으로 간주했다.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나라에서 ‘Merry Christmas’라는 표현을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학 캠퍼스’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해서 보수적인 목소리가 억압되고 ‘자유주의적 사상과 정책’이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이 이민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통해,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의 안전과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슬람 테러리즘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와 정신을 강조했다.
2016년 당시 '정치적 올바름' 관련 이슈에는 성(性) 정체성, 인종, 이민 문제 등이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따라서 트럼프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투쟁은 일종의 ‘문화전쟁’이었다. 그는 당시 많은 우파 그리고 중도층 유권자들이 ‘정치적 올바름’에 식상해 있음을 간파하고, 반(反) PC 발언으로 이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자신의 지지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와싱톤 정치세력을 ‘부패한 기득권’(establishments)으로 몰아세우고 자신을 기존 정치시스템의 ‘국외자’로 포지셔닝하면서 지지층을 확대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좌파의 전유물로 치부되어온 ‘갈라치기’ 전술이었다. 그는 자신을 정치시장에서 ‘억압받는 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정도(正道)를 가는 창조척 국외자’로 인식되게끔 했다.
O 트럼프의 ‘정치적 올바름 비판’과 켐페인 MAGA는 동전의 양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공격과 그의 대선 캠페인인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는 동전의 양면 관계이다. 트럼프는 ‘정치적 PC 문화’를 반대하면서, 정치적 정직성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과거의 영광과 번영을 되찾자는 메시지인 ‘MAGA’를 만들어냈다. MAGA의 요체는 ‘자유주의와 시장주의’의 복원이다.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재정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됐다”는 트럼프의 비판은 적확(的確)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1호 법안인 ‘미국구조계획법’(ARP Act: American Rescue Plan Act)을 2021년 3월 서명했다. 구조개혁법안은 미국 GDP의 10%인 1.9조달러를 투입하는 재정지출 패키지 법안으로 ‘사회안전망 강화와 빈곤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가 거의 잡힌 시점에서 필요이상의 지출’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4월까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이미 5차 부양책을 집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5차에 걸친 부양책에 투입한 재정규모는 총 3조3000억달러이다. ARP를 합치면 5조2000억달러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입액 1조5000억달러의 3.5배이다. 재닛 앨런 재무부 장관은 2022년 5월에 이포크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바이든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먹여살렸다” (Biden’s Spending ‘did Feed’ Inflation) 고 고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 5. 13)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합시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공정한 몫’이 남용된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법인세는 무관하다. 과다지출로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되자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려 전세계적인 고금리 시대가 열란 것이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전임 정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폐기하는 것이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었지만 바이즌 행정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관세를 철회하면 물가상승률을 1.3%포인트 경감할 수 있다고 논평(2022.3)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때 ‘10년간 1조 5천억달러’를 감세하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재집권하면 10년 한시적인 감세안을 영구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감세안을 제시하고 있다. ‘팁’으로 번 돈에 대해 면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팁은 근로소득이 아니며 그리고 팁을 받는 계층은 주로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팁에 대한 면세는 합리적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MAGA의 한 축인 ‘신고립주의’ 노선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트럼프는 중국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에게 무엇인가 다른 것을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로 관세가 부과하면 무역전쟁이 유발된다. 수입관세로 미국내 중국제품에 대한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자승자박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G2가 아닌 미국 중심의 단일제제(G1)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와 중국몽’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미·중간 전쟁은 이념전쟁이 아닌 경제전쟁이다. 하지만 ‘경제전쟁의 승자가 이념(체제)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다.
O 러스트 벨트가 트럼프의 정치 자산으로 고착되면 그 자체가 비극
미국의 대선은 이른바 swing state 유권자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낙후된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저학력 백인 근로자’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었다. 트럼프는 2020년에 잃었던 러스트 벨트내 백인 노동자 계층의 유권자를 되찾으려 정치부심하고 있으며 해리스도 민주당을 떠난 ‘히스패닉과 흑인 그리고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는 인력과 자본 그리고 기술이 몰리지 않아서 낙후된 지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력과 기술 그리고 자금이 낙후된 지역으로 몰리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해 특정 낙후 지역을 자신의 인질로 잡으려 하거나, 낙후된 지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호무역정책을 시행한다면 특정 지역은 영원히 발전할 수 없고 미국도 세계에서 고립된다.
미(美) 근로자와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자유무역이 중산층의 임금 정체와 근로 계층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여전히 편견이다. 러스트 벨트 내 민심에 목을 매고 있는 트럼프 그리고 히스패닉과 흑인의 표심에 목을 매고 있는 해리스 진영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경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4.07.27
출처 : 펜N마이크 (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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