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최근 은행권의 이익급증에 더하여 성과급 과도지급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은행권의 최근 이익급증현상은 은행 스스로의 경영능력향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FRB의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상승의 수혜를 입은 것이다. 즉 FRB에 발맞춘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은 수신금리의 인상은 될 수 있으면 뒤로 미루고 여신금리의 인상은 재빨리 반영시킴으로써 예대마진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원래 금리상승기에 금융기관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1970년대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들은 미국의 금리자유화와 2차 Oil쇼크의 영향으로 금리급등이 이루어지자 고정적으로 이루어졌던 장기대출금리에 비해 단기수신금리가 급등세를 지속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역마진이 발생하여 대다수가 파산하는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Orange county는 금리급등에 따라 단기차입, 장기투자로 돈을 벌었던 추세를 역전시키며 졸지에 파산하였다. 이처럼 보통 금리가 급등하면 단기수신, 장기여신의 행태를 보였던 금융기관들은 큰 위험에 직면하기 쉽다.
이와같이 여수신에 대한 만기불일치(maturity mismatching)는 장기금리가 고정금리로 된 경우 은행경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러한 금리변동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파생상품의 이용을 통해 금리변동위험을 회피하거나 대출금리의 실질만기를 축소시키는 변동금리를 채택함으로써 여수신간 예대마진폭 확보를 행함으로써 파산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예방하고 있다. 이때 은행들은 대부분이 보다 손쉬운 대출금리의 3~6개월 기간 변동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사실 아무리 사기업이라 하더라도 은행이 망하면 지역경제를 파탄시키는 등 일정한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예금자들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하여 은행 파산시에도 예금자를 일정한도까지 보호하고 있고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산업사본의 은행출자한도를 설정하는 등 엄격한 규제책을 실시하고 있다. 즉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은 공공적 특성이 있어 자유시장에 따른 경쟁체제로만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을 제약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금리급등으로 은행들이 변동금리로 책정된 여신금리는 재빨리 올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반응도가 느린 은행예금자들에 대해서는 수신금리 인상을 더디게 하거나 다소 느리게 행함으로써 단기간 금리급등에 따른 엄청난 순이자수익의 급증을 맞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경영능력 향상에 따른 이익급증이 아닌 외부효과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얻어진 이익급증으로 임원의 성과급을 대폭 확대한 처사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 할 수 있다. 이는 차라리 저들 야권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소위 횡제세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은행들이 정책금리가 오를 때 여신금리의 조정을 민감하게 행하고 수신금리 조정을 뒤로 미룬다는 것은 명백한 도덕적 위해(moral hazard)라 할 수 있다. 원래 장기 대출금리는 고정적으로 제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로 적용한다는 사실에는 대출소비자들에게 일정 위험을 전가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애초 이러한 위험전가의 가치만큼 대출금리의 하락을 유도해야 옳다. 더구나 은행들의 파산위험을 막기위해 고안된 장치라면 금리변동에 대한 위험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자체도 자유경쟁시장의 특성에서 볼 때 일정부분 사전적 제한이 설정되어 있어야 마땅하다(일례로 정책금리인상분의 일정한도까지만 변동금리인상 허용). 만약 이러한 은행과 소비자간의 평등조항이 없을 경우 이는 은행의 협상력 우위지위를 이용한 경쟁제한행위에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은행들은 정부에 의해서 주어진 보호규제 하에서 불평등하게 주어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비경쟁적 초과수익을 향유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수익환수조치나 유도책은 일부 학자나 언론인들이 말하는 자유경쟁의 위배조치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시장경쟁을 바로 서게 만드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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