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전공의들 안 돌아와… 필수의료 붕괴 재앙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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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른사회 댓글 0건본문
2024. 06. 05. 스카이데일리
“마약중독 환자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급사당하게 된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곧 수도권 대형 병원 몇 곳이 경영난에 문을 닫을 것이다. 그제야 정부와 국민은 무언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됐음을 직감할 것이다. 이미 열린 지옥문은 닫히지 않을 것이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된 것과 관련해 우봉식 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전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결이 본격 의료 붕괴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측을 내놨다. 우 원장은 지난달 초까지 대한민국의 대표 의료 싱크 탱크인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으로 연구원을 이끌어 왔다.
그는 2021년 5월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의료연구소장으로 취임 후 지난해 의료연구소 창립 21주년을 맞아 중형 연구기관인 의료정책연구원으로의 변모를 이끌며 3년 임기를 꼬박 채웠다. 우 원장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의사다. IMF 당시 한양대 병원 전임교수로 근무하다 1999년 서울 노원구에서 개원 후 11년간 의원 경영에 힘썼다. 2008년에는 돌연 해외 환자 유치 사업에 나서며 보건복지부 인가 2호 여행사를 직접 꾸렸다. 2011년 요양병원을 개원해 9년 동안 운영한 우 원장은 212개 병상의 급성기 병원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직원만 300명을 둔 규모 있는 회복기 재활 전문병원을 개척해 온 의사 겸 사업가다.
정책연구원장으로서 우 원장은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관련 현안을 역대 어느 원장 보다 두루 살폈다. 우 원장은 “역대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예방의학을 전공한 대학교수 출신이 많았다. 개원의 출신은 정말 손에 꼽혔다.”고 회상했다. 1999년 클리닉 개원 초 의약 분업을 경험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계기였다. 2009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원을 비롯한 의료 정책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의료 원장의 직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일본의료 통(通)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의료 정책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일본 현지에서 20년 넘게 살피고 연구해 왔다. 이를 토대로 대학병원 교수·의원·병원·요양병원을 두루 경험하며 의료정책 전문가로 1차 의료부터 급성기·회복기·만성기에 따른 돌봄 전체를 모두 살피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우 원장은 한국을 ‘의료중독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늘 의사와 간호사 구하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득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같이 대규모 의대 증원을 하면 결국 보건의료 붕괴로 이어질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우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1년에 3000 번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가다. 언제라도 당일 전문의 진료가 가능하다.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고, 1년에 분만이 채 열 건도 안되는 작은 섬에도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의료 천국’과 다름 없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지만 병상 수와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최고 수준인 ‘의료 중독 국가’가 대한민국의 민낯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의료 중독 치료’를 받야야 함에도 오히려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의사 수를 대폭 늘리면 결국 과잉 공급으로 의료 중독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고 진단했다.
우 원장은 “데이터와 경험에 근거해 후세대를 위해 의료 중독 상태를 치료하고 필수의료와 만성질환 관리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입장에서 최근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경과를 지켜보며 사실상 의료 중독에 ‘모라토리엄’이 선언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에 있어요.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대한 청사진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 원장은 현 의료 사태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정부의 정책 부재를 꼽았다.
“그동안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너무 수가가 낮아서 의료를 남용하여 결국 의료 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됐죠. 그런 저수가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대형병원 중심의 건강보험 급여를 늘려 왔어요.
의료 서비스에도 분명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법인데 제도적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왜곡해 온 것이지요. 문케어로 대형병원 문턱을 크게 낮춰 놓으니 필요 이상으로 대형병원 의료 수요가 늘어나서 최근 의료기관 종별 병상 수 추이를 보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만 점점 병상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것은 이미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 오류로 인한 의료 중독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40년 넘게 왜곡될 대로 왜곡된 제도 속에서 이미 심각한 의료 중독에 빠진 나라인데 그것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약을 공급할 의사만 계속 늘리면 결국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 아니겠어요. 게다가 치료 결과가 안 좋으면 송사에 휘말려 수십억씩 물어내고 심지어 의사들을 감옥에 보내기까지 하니 누가 필수의료를 하겠어요. MZ의사들은 이미 이러한 기이한 세계를 떠나려 하고 있어요.”
병원 경영을 함께 해 온 의료 정책 연구자의 입장에서 의대 증원 정책은 적자 구조가 불가피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라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라고 했다.
다음은 우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의료 사회주의를 비판해 왔는데
“한국식 의료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한 제도다. 이미 증명됐다. 흔히 사회주의 하면 국가가 토지나 건물 등의 재산권을 소유하고 인민은 노동자로 국가에서 급여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건 옛날 이야기다. 옛 소련에서 스탈린이 자산을 국유화하니 국민의 근로 의욕이 저하되고 모든 국민이 오로지 국가만 쳐다보게 되었다. 영국 의료보험보장제도인 NHS가 이와 비슷하다. 소유권이 모두 국가에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어차피 국가가 높은 연봉 주는 것도 아닌데 적당히 일하고 워라벨 즐기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김용익 전 서울의대 교수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간파하고 ‘한국식 의료 사회주의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2000년 쯤부터 실행됐는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건강보험공단 통합으로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 통제의 큰 틀을 만들었다. 각종 법규와 제도를 통해 소유권만 민간이 가지고 있을 뿐 사실상 국가가 지배하는 구조, 곧 의료 사회주의를 다 완성한 것이다. 어쩌면 스탈린보다 한 수 위의 정책인데 이제 마지막으로 의사 수를 대거 늘려서 의료를 하향 평준화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당연히 의사들도 그동안 잘못한 점이 있다. 수련의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고수입이 보장되는 달콤한 ‘연봉 마약’에 취해 있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어떻게든 전문의 자격만 얻고자 했던 것이다. 대학병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여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의료마약 찍어내기 식으로 수익을 올려서 분원을 짓는 등 국가 건강보험 재정 전체를 살펴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 합리적 처사인가
“전혀 아니다. 정부는 OECD 국가 평균 의사 수를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엉터리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문화·환경 등이 아예 다른데 단순히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의사 수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은 주치의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정 수의 국민(1인당 약 1000∼2000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대신 국가로부터 국민 1인당 일정액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병원 문턱이 높다. 의사 만나기가 힘들다. 영국에선 한국 같은 당일 전문의 진료는 꿈도 못 꾼다. 영국식 주치의를 말할 때 흔히 ‘게이트 키퍼(문지기)’라고 한다.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문지기를 두는 것이다.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거라면 뭐 하러 문지기를 두나. 그냥 문을 열어놓으면 되는 거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병원 방문 대신 의사들이 주치의가 되어 집에 왕진 오고 재택 진료도 하며 건강을 책임져 주는 일본식 왕진과 재택 의료를 원하는 것 같은데, 현재 수가로 이 같은 주치의제는 가능하지 않고 역사상 어디에도 이런 주치의는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 증원에 나섰는가
“반대다. 고령화 시대에 천문학적 의료비 증가를 감안해 OECD 국가들은 지속해서 병상 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2010년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4.74개에서 2021년 4.10개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긴 일본에서도 병상 수가 2010년 인구 1000명 당 13.51개에서 2021년 12.62개로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8.74개에서 2021년 12.77병개로 늘어 노인 대국 일본보다 많은 OECD 병상 수 1위 국가가 되었다.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가정하면 2049년에 우리나라 의사 수는 26만 명이 넘게 되는데 이는 인구 1000명당 5.45명으로 OECD 평균인 5.41명을 추월하게 된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지라도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는 의료비 증가로 직접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선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일본 의료제도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나라로는 여러 지표 동일성을 지닌 일본이 거의 유일하다. 일본은 2004년 고령화 비율이 20.1%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시점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명에 불과해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 일본에서도 점진적으로 의사 수 줄여 나가기에 나섰다.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일본은 지속적 고령화에도 10년 후인 2034년쯤 의료비와 돌봄비를 합산한 총 의료·돌봄(의료·개호) 비용이 3564억 달러(약 356조 원)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감당이 안 되고 낭비할 의료비가 없고 돈을 낼 노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이 때문에 2022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사 수급 추계를 실시해 가며 의과대학 정원 축소를 위한 ‘의사 양성 인원 방침’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필수의료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도 정치적 이유로 외면하고 의료 중독을 계속 조장하겠다고 하는 위정자들의 선심성 정책들이다. 문제의 본질은 숱하게 나온 저수가 문제뿐만 아니라 의사의 의료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있다. 우리 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1년부터 5년간 한국과 일본의 의사 기소 건수를 보면 한국은 의사 13만536명 중 33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활동 의사 1000명당 평균 기소 건수가 2.5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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